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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를 찾아야 미래가 보인다 - (주)기술과가치 대표 임윤철

한기호공식블로그 2014. 4. 18. 17:13

인간의 가치를 찾아야 미래가 보인다

- (주)기술과가치 대표 임윤철

김경집 인문학자 paulkim59@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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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인지 시작인지 여전히 알쏭달쏭한 인문학 열풍이다. 너도나도 인문학 타령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이 현재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시대는 인문학에 어떠한 것을 요구하는지를 제대로 성찰하고 진로를 모색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마도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인문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소홀히 한 채 그것을 또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한 인문학 저자들에게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 위로, 힐링을 거쳐 인문학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고, 이런저런 지식들을 긁어모아 그럴싸한 책으로 만들어내거나, 고전을 그야말로 ‘고전적으로’ 해석할 뿐 그것을 체화시키거나 현대에 맞는 해석에 등한한 채 그럴싸한 교양의 포장지로만 만들어버린 세태를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인문학 생산자들이 그 내용을 해석할 내공조차 갖추지 않고 열풍에 편승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반성과 재발견의 기회는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지금의 인문학 열풍이 바람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렇다고 확신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회와 기업 모두 인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인문학의 핵심인 ‘인간 가치’와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을 헤아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과학자와 기술자들도 인문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 대덕연구단지에서 과학계 핵심인사들에게 인문학 특강을 하면서 그것을 확연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과 기업, 그리고 과학기술계를 동시에 아우르는 곳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주식회사 ‘기술과가치’이다. 기술과가치의 임윤철 대표를 만났다.

기술은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

김경집(김) .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임윤철(임) . 사실 요즘 많이 바쁩니다. 좀 전에도 용인 마북리에 있는 한 자동차연구소에 다녀온 길입니다. 얼마 전에는 대전에도 다녀왔고요.

김 . 회사 이름이 좀 특이합니다. 우리 풍토에서는 낯선 작명이라는 느낌입니다.

임 . 기술이 없으면 기업도 사회도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기술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또 가치의 문제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성장하기에 바빠서 그런 문제들을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한 점이 있지요. 어떤 기술이 미래의 힘이 되려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가치’를 저희 기업의 이름에 분명하게 밝힌 겁니다.

김 . 요즘 중점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임 . 제가 이 회사를 세운 지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70여 명의 직원이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요즘 중점을 두고 있는 건 기업과 과학기술계를 인문학으로 묶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데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구현하는 중입니다. 저희는 그것을 ‘인간 가치 증진 프로젝트Human value up project’라고 부르는데요. 어떻게 하면 인간을 좀더 품격 있는 존재로, 다시 말해 인간의 가치를 고양시켜서 그 가치가 기업의 성장과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또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져본 것입니다. 그런 내용들을 공유하고 연구함으로써 세 분야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김 .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그 핵심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임 . 즐겁고 아름다운 사회, 꿈이 있고 생산성 있는 기업,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창조적 지식을 개발하고 전달해야 합니다. 그것은 어느 한 분야만의 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요. 그래서 그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생산하며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과 방법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시대가 당면한 과제이고 저희 기업이 담당하는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김 .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좀 추상적인 느낌이라서요. 이 기업의 색깔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해야 하니까요.

임 .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앞서 말씀드렸던,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공급하는 서비스 기업입니다. 회사 내에 다양한 사업 부문이 있지만, 교육 서비스 사업 부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는 시장의 니즈는 보이는데 공급이 부적절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과학자와 기술자, 최고경영자들이 다음에 추진해야 할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갖도록 인문학에서 공급되는 콘텐츠를 찾아보고 기획하고 재생산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김 . 수요가 있습니까?

임 . 얼마 전에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이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중요한 거점 중 하나이니까요.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그 지식과 기술의 가치가 달라지죠. 또 그것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요즘 인문학 열풍이 그런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그곳에 계신 분들 중에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할 연구원들을 보내주십사 했더니 아예 대전에서 별도로 그런 과정을 마련하자는 요구가 있어 그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서울에서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김 . 하지만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 그리 쉽지는 않지요?

임 . 가장 흔히 듣는 답이 “저는 공돌이라서 인문학 잘 몰라요”입니다. 저는 이게 크게 잘못된 태도라고 봅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바로 우리의 교육 방식입니다. 그런 이분법적 도식을 너무 당연시해버리는 겁니다. 과연 어떻게 이들을 인문학으로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좀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묻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그렇게 따로 가는 길인 걸까?

물론 여기에는 과학자들의 성향도 한 몫 하지요.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 사실적인 데이터와 논리를 캐묻는 것이 과학자들의 기본적 태도니까요. 그 바람에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지레 선입견을 품게 되고, 그래서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들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의 뿌리를 찾아가면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넓은 공간에서 만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접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습관처럼 하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김 . 그 접점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임 . 사실 그런 접점들을 시사하는 콘텐츠는 이미 많은 책들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강좌에서는 가능한 한 다양한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만한 게 또 있을까요? 책이 우리에게 말을 해줍니다. 이것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자 가장 기본적인 접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너무 책을 읽지 않고 있어요. 그것을 깨뜨릴 수 있는 게 바로 인문학의 역할입니다.

내가 임 대표에게 끌린 매력은 처음 만났을 때 피력한 그의 독특한 가치관이었다. 공생할 수 있는 기업 정신을 갖추지 않으면 경제도 기업도 무의미하다는, 얼핏 매우 좌파적인 시각이었는데, 그가 몸담은 영역은 분명 보수적인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을 좌우의 이념적 잣대로 판단하는 자체가 무의미하거늘, 지금도 여전히 이념의 틀 속에서만 해석하려는 시각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자기 회사 이름에 ‘가치’를 넣었다는 그의 철학은 분명 예사롭지 않았다.

사람이 중심이다

김 . 사람들이 갈수록 책을 멀리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것이 콘텐츠의 원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할 때인데 말입니다.

임 . 스마트폰을 보세요.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의 생각과 행태를 바꾸고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힘을 가진 것이 기술입니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인데, 핵심은 그런 기술과 사람의 관계를 읽어내는 일일 겁니다. 언젠가 삼성전자에 계신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이 묻더군요. 앞으로 스마트폰의 진화가 구글글래스 형태로 갈 것인가, 손목에 차는 방식으로 갈 것인가를. 저는 손목에 차는 방식일 거라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반색을 하더군요. 자기네 방식이니까요.(웃음) 그리고 다시 정색하고 묻더군요.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느냐고. 엔지니어들은 논리적, 사실적 근거가 있어야 설득되거든요. 그건 그들의 속성입니다. 이 점을 인문학자들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 . 무슨 근거로 그리 말씀하셨어요?

임 . 저의 ‘절친’인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이종관 교수가 그러더군요. 하이데거가 인간과 도구의 관계에서 인간이 도구를 선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겁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주체가 되는 방식을 택하는 속성을 지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보면 안경보다는 손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이미 1920년대에 대철학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제가 그런저런 말을 전했더니 그분은 제 말에 눈이 번쩍 뜨이는 눈치였어요. 철학이 자신들의 미래 기술 개발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여겼을 텐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우쳤다고나 할까요? 앞으로 무엇을 개발하면 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하이데거에 들어있었던 겁니다.

인간의 필요와 요구를 인식하는 일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문학의 역할이지요. 그렇게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을 모색하고 제시하며 새로운 도구를 도출하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방식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사람이 빠지면,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가치가 빠지면 별반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없을 겁니다.

김 . 현장에서, 그러니까 기업과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임 . 크게 두 가지 물음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다음에는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가, 이건 최고경영자의 몫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는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엔지니어의 몫입니다. 두 가지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인문학의 역할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니즈가 있는 현장과 니즈를 충족시켜줄 콘텐츠 사이의 간격이 넓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 간격을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통해 좁혀야 하는 거죠. 저희가 앞으로 인문학자들에게 이 문제에 관한 기획을 의뢰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필요성 때문입니다.

만약 이 기획이 추진된다면 새로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출판시장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그런 상호협력적 관계를 반영하고, 또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유형의 책이 나와야 합니다. 특정한 소구대상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구 대상이 좁다는 점은 인정해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고, 이들이 아래로 파급하는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요즘 인문학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시너지가 일어나려면 사회나 조직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해야 그런 열풍이 지속되고 발전할 수 있는 거지요.

김 . 뜻은 좋지만 과연 출판의 입장에서 볼 때 시장 가능성이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대상이 너무 좁지 않나요?

임 . 그렇지 않다고 보는 거죠. 과학기술 분야에서 과학자, 엔지니어로 집계된 사람들이 대략 30여만 명이 넘어요. 거기에 공대생이나 대학원생까지 합치면 40만 명도 넘을 겁니다. 이 수요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게다가 시제품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느끼는 사람까지 합해보세요. 엄청난 수입니다. 이 사람들이 책을 통해 그것을 탐색하고 고민하며 답을 얻어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합니다. 암시와 통찰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인문적 열쇠가 될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인문학이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만 하고요.

김 . 한꺼번에 그걸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임 . 저는 일단 ‘인문학이 재미있다!’하는 단계까지는 서로가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성찰하게 되고, 자기 성찰을 잘하면 경영도 기술개발도 잘 될 겁니다. 인간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는 모든 경영자들이 가진 물음입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은 느끼지만 사실 모호하거든요. 그러니 당장 현실의 문제에 매달려야 하는 경영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버리곤 합니다. 인문학을 그저 여유 있을 때 하는 자기성찰쯤으로만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좀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경영 안에 이미 인문적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죠. 사실 CEO는 이미 인문적 요소를 많이 소유한 분들이에요. 다만 조금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인문학을 접목하면 어떤 이익의 결실이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상생의 협력적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가 생긴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만 해서는 시작하기가 어렵거든요.

김 . 지난 만남에서 상생의 경제를 강조한 것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나요?

임 . 예, 맞습니다. 상생의 여유가 없으면 그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전문성을 갖추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줘야 해요. 저는 이게 기업 내에서 인사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먼저겠죠. 도대체 기업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생각해보는 겁니다. 기업은 그저 단순히 돈만 버는 곳이 아닙니다. 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고, 사회가 그 기업이 창출해낸 가치에 공감한다면 성공하는 겁니다. 그런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집단이 바로 기업입니다. 그러니 그런 이념에 맞는 사람들이 있어야 재미도 있고 발전도 있겠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김 . 진작부터 기업이 그래야 했겠지만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가 아닙니까?

임 . 물론 단면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역사의 안목이고 인문학적 시선이고요.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빨리 선진 기술을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인문정신 운운할 여유가 없었고, 또 어느 단계까지는 그럴 필요도 없었죠.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우리 사회와 경제가 퍼스트무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창조경제도 본래의 뜻은 그런 것 아닐까요? 인문학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니 좀더 분명하게 말해서 그런 상황에서 인문학은 필수적이겠죠. 상상력, 스토리텔링, 창의력 등이 바로 인문학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까요.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런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저는 아, 아직 희망이 있구나, 그러니 반드시 그렇게 나아가야만 하는구나 하는 겁니다.

김 .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임 .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인문학은 매우 실용적인 학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됩니다. 과학기술인이 만들어내고 기업이 생산 판매하는 상품은 결국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기본 바탕입니다. 그러니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에 기초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지요. 공감이란 말 자체가 그렇듯이, 공감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사람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해야 하는 겁니다.

이것은 사실 전혀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죠. 인문학이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이야기는 너무나 단순하고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과정을 학습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저 빠르게 카피하고 따라가기만 해왔기 때문에 긴 안목에서 보면 인문학이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겨를이 없었던 것이죠. 그러니 이제 진지하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온 셈이고요.

김 . 지금의 인문학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임 . 무엇보다 지금의 인문학은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고전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문학은 대체로 고전 해석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당연히 그걸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의 시각으로 과감하게 해석하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의 역할에 좀더 관심을 갖고 초점을 맞춰보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현상과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읽어야 합니다.

사실 저는 책을 보면서 인문학의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이 누구인지 눈여겨봅니다.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자면 제 소견으로는 미래를 말하지 못하는 인문학은 지금의 열풍에 잠시 편승할 뿐 길게 보면 도리어 ‘인문학, 그거 해봐야 아무 쓸모없더라’ 하는 생각만 확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인문학의 장점이 긴 호흡에서 세상을 보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좀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것이 인문학 공부를 그저 젊은 친구들이 취업할 때 필요한 스펙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김 . 틀을 깨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문학은 죽은 인문학이지요.

임 .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틀에 갇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틀 자체에 대한 반성적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인문학은 물론 재미있습니다. 그러니까 손이 가는 거겠죠. 반성도 제법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로 다른 영역에서 함께 시너지를 일으킬만한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인문학이라면 지식만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점을 읽어내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문학의 니즈를 제대로 확장시킬 수 있겠죠.

김 . 지금 과학기술계와 기업에서 그런 정황이 보입니까?

임 . 확실히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이 서로 모여 고민을 토로하면서 일단은 여러 현상들에 대한 팩트가 나옵니다. 당연히 거기에 물음이 따라 나오죠. 그래서 ‘왜 그렇죠?’를 반복해서 묻다보면 동기 부여와 같이 근본적인 고민들을 만나게 되고, 그런 고민들의 핵심은 바로 사람에 대한 고민이라는 걸 공유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빗대어 이야기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기업들이 장비를 통해서 물건을 생산해왔어요. 그러나 그런 장비 산업은 중국을 비롯한 임금이 싼 곳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창의성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창의성이 어디에서 나오나요? 바로 사람에서 나옵니다. 기존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김 . 고전 중심의 인문학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셨는데, 그래도 고전의 힘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임 . 물론 있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결코 제가 고전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퍼스트무버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너의 인생을 살아라’는 철학입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바로 고전이죠. 고전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해석입니다. 거기에 나를 대입하는 것이지요. 거기에서 훨씬 넓고 깊은 시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게 있고 없음은 엄청난 차이를 낳겠죠. ‘네가 원하는 인간상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재미는 있지만 호흡이 짧은 그저 종이더미에 불과할지도 모르죠.

서로 같이 만드는 사람들

김 . 임대표님의 철학, 그리고 이 기업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임 . 저는 ‘서로 같이 만드는 사람들’을 지향합니다. 저희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패스트팔로어일 때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가야 성공했지만 퍼스트무버는 함께할 수 있을 때 역량이 극대화됩니다. 그러므로 미래는 함께 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안점을 두는 일은 인문적 역량에 바탕을 둔 ‘인간 가치 프로그램’의 지속적 개발과 확산입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기획을 더 충실히 해야겠지요. 서로 필요를 느끼고 기여할 수 있는 면을 찾아내야 합니다. 양쪽 모두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관계가 설정되어야 함께 행복해지는 미래의 삶이 가능하니까요.

김 . 제 마지막 공식질문입니다. 대표님께 책은 무엇입니까?

임 . 책은 등대라고 봅니다. 망망대해에서 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게 등대이듯, 책은 삶의 방향을 잡아주니까요.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은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기도 하지요.

인문학과 경영, 그리고 과학기술의 3자결합은 어쩌면 우리 미래 방향의 핵심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핵심 인력이 부족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경영학박사로 대학교수를 지내다가 스스로 창업해서 기업을 세웠으며, 과학기술계와 그쪽 분야의 정부 부처들과 긴밀한 업무를 수행해온 임윤철 대표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그를 억지로 불러내어(그는 다른 곳에 볼일이 있는데도 이 인터뷰를 위해 중간에 달려왔다) 많은 시간을 뺏은 것은 좀 미안했지만,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함께 인식하고 공유하며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했다. 그의 꿈이 더 이상 꿈이 되지 않을 날이 곧 오기를 꿈꾸며.

‘기획회의’ 365호 201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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