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아트 Report no.191] August Week 1
2023. 8. 3. 11:56
분홍의 역사 <문화의 변천>
Andy Warhol, Marilyn Monroe - Pink, 1967.
바비(Barbie)"(2023) 영화의 영향으로 세계가 분홍색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주 헬리오리포트에서는 더위도 식혀갈 겸 분홍색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이번 여름 전세계 스크린을 강타한 영화 ”바비(Barbie)"(2023)를 관람하였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의 영화 “바비”는 온통 분홍으로 가득하다. 영화 "바비"는 색감을 잘 이용하면서도 이분법적 고정관념의 경계를 유머 있게 넘나드는 영화로 평가 받고 있다.
주인공인 바비(배우 '마고 로비(Margot Robbie)')가 분홍색 핸드백을 들고 분홍빛 와인을 홀짝이는 장면이 인상깊은 영화 "바비"는 개봉 11일 차부터 약 1조원(8억 달러)이라는 성적을 돌파하며 역대 여성 단독 감독 작품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 제작에 사용된 분홍 염료로 한동안 분홍 염료의 가격은 치솟고 수급은 어려워졌을 정도였다.
바비" 영화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과 함께 아름다운 색감을 표현한 영화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비" 영화는 온통 분홍색의 색감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용감한 도전은 분홍 디자인의 모든 소비재의 호황으로 연결되고 있다.
HERMÈS MAUVE KELLY (가운데), BUBBLEGUM PINK MICRO CONSTANCE (우측 상단) AND MAUVE GETA (우측 하단) WITH FUCHSIA COLLIER DE CHIEN (좌측)
이 흐름을 타고 뉴욕 ‘소더비(Sotheby's)'는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분홍색 물결의 트렌드에 힘입어 새로운 온라인 섹션을 만들었다. '에르메스(Hermès)'의 분홍색 '모브 켈리(Mauve Kelly), '버블검 핑크 마이크로 콘스탄스(Bubblegum Pink Micro Constance)', '모브 게타(Mauve Geta)' 핸드백들과 '가루스(Garrus)'의 분홍빛 로제 와인을 여름 시즌 경매로 소개하고있다.
분홍색은 어린 소녀, 발레리나, 바비 인형과 같은 여성성의 상징들과 연관되는 경향이 있다. 여아용 분홍색과 남아용 파랑색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은 19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미국에 도달하였고 상품화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대중화되었다. 색상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렇게 임의로 부여된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고자 “분홍색은 소년에게도 적합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파란색은 소녀에게도 걸맞다”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러나 아동복에서의 분홍색과 파란색의 성별 구분은 미국 소비문화의 일환으로 우연히 생겨난 것으로 1950년대에 와서야 일반화되었다. 분홍색은 20세기 중반부터는 달콤하고 청순한 느낌과 세련되고 에로틱한 느낌까지 사회적으로 부여된 시각적 상징이 되었다. 최근에 와서 분홍색은 힙(hip)하고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개성있고 중성적인 느낌의 색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분홍색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펑크(punk)하고 강력하며 남성들도 쿨하게 만들만한 보편적인 색이 되었다. 패션계에서 디자이너 '찰스 제임스(Charles James)'가 여성적인 꽃(femme-fleur)을 연상시키는 가운을, 그리고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은 1949년에 분홍색의 반짝이는 이브닝 드레스 '비너스(Venus)'를 선보이기도 했었다.
MARILYN MONROE IN GENTLEMAN PREFER BLONDES. TWENTIETH CENTURY FOX.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Gentlemen Prefer Blondes)" (1953)의 한 장면도 떠오른다. 영화에서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핑크 실크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친한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라는 노래를 부르는 마릴린 먼로는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SUGAR RAY ROBINSON LEANING ON HIS 1950 PINK CADILLAC IN FRONT OF TWO OF HIS BUSINESSES IN HARLEM, NEW YORK.
1950년대에도 일부 남성들은 분홍색 셔츠나 자켓을 입기도 하였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분홍색 옷을 입고 분홍색 차를 몰며 분홍색 침실에서 잠을 잔 것으로 유명하다. 위의 사진은 권투선수 '슈가 레이 로빈슨(Sugar Ray Robinson)'이 뉴욕 할렘(Harlem)에 위치했던 자신의 레스토랑 '슈가 레이즈(Sugar Ray’s)'를 홍보하는 사진이다. 슈가 레이 로빈슨이 가게의 분홍색 네온 사인 앞에서 분홍색 자켓과 바지를 입고 분홍색 캐딜락에 기대어 있다.
EDWARD BURRA, HARLEM, 1934. TATE COLLECTION.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의 ‘테이트 컬렉션(Tate Collection)'에 소장된 영국 미술가 '에드워드 버라'('Edward Burra')의 작품 “할렘“(”Harlem”)(1934)은 분홍색 셔츠를 입은 세 명의 흑인 남성과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흑인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큐레이터이자 흑인문화학자 '조이 비빈스(Joy L. Bivins)'는 흑인들이 이렇게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던 것이 단순히 “흑인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기념하기 위하여” 미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어두운 피부를 폄하했던 사회적 관념과 규율로부터 해방되고자 자유를 표현하려는 목적”이 더 강했을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분홍색은 대중 음악에서도 자주 등장해왔다. 락밴드 '클래시(Clash)'의 베이시스트 '폴 시모논(Paul Simmonon)'은 “분홍색이야말로 유일하고 진정한 로큰롤 색상”이라고 말했다.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나 '라몬스(Ramones)' 같은 펑크 밴드는 분홍색이 가지는 반항적이고 못된 취향의 측면을 강조했다. 펑크의 여왕이자 영국 패션의 대모로 널리 알려진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 Westwood)'의 런던 매장은 거대한 분홍색 간판을 선보였고, 클럽을 좋아하는 레이버들과 사이버 고스족은 네온 핑크의 옷을 입고 파티에 등장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힙합이 분홍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릴킴(Lil Kim)', '리한나(Rihanna)',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등 여성 래퍼들 외에도 2001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분홍색 옷을 입은 '빅보이(Big Boy)'를 시작으로 많은 남성 래퍼들도 분홍색을 즐겨입기 시작했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는 분홍색 폴로티셔츠를,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분홍색 카무플라쥬 패턴의 남성복인 일본 브랜드 '베이프(A Bathing Ape)'의 옷을 즐겨입었었다.
Kitao Shigemasa, Third Lunar Month, Blossom Viewing at Asuka Hill, 1772-1776
분홍색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나라는 일본이다. 분홍색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8세기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가야한다. 당시 일본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분홍색을 포함하는 다양한 색상을 병치해 입었다. 또한 분홍색은 한국의 역사 속에서도 특권적인 색이었다. 조선시대 조정에서는 왕과 함께 대청마루 위에 앉을 수 있는 정3품 이상의 당상관들만이 분홍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현대에 와서는 수많은 아시아권 아이돌그룹이 분홍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다. 일본 브랜드 '사카이(Sacai)'의 하이패션 남성복에서도 분홍색을 찾아볼 수 있다. 분홍색이 가진 귀엽고 소녀스러운 이미지는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소녀 문화 세계화의 일환으로 일본에 재도입되었다. 일본의 소녀들이 자본주의-소비문화를 거쳐 재정립된 새로운 분홍색에 열광하였다. 이들에게 분홍색은 섬세하면서도 반항적이고 여성스러운 색으로 인식되었다.
Comme des Garçons Spring 2005 Ready-to-Wear
일본의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는 여성성에 대한 기존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분홍색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검은색과 분홍색, 바이커와 발레리나를 나란히 배치하거나 유약하지 않고 강력해보이는 분홍색 여성복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좌) Thomas Gainsborough, The Blue Boy, 1770. (우) Thomas Gainsborough, The Pink Boy, 1782.
영국 작가인 ‘토마스 게인즈버러(Thomas Gainsborough)'의 “파란 옷을 입은 소년"("The Blue Boy")(1770)과 '토마스 로렌스 경(Sir Thomas Lawrence)'의 “사라 바렛 물턴: 핑키"("Sarah Barrett Moulton: Pinkie")(1794)와 같이 어린이를 그린 18세기 유럽의 작품들을 접한 미국인들은 파란색이 소년들의 상징인듯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더 다양한 18세기 초상화와 의복을 살펴보다 보면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분홍색과 파란색 옷을 즐겨 입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마스 게인즈버러가 작품 “파란 옷을 입은 소년"("The Blue Boy")과 더불어 작품 “분홍색 옷을 입은 소년"("The Pink Boy")(1782)을 그렸던 것은 이를 증명한다.
분홍색은 늘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찾게 한다. 이는 와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루스 로제 와인(Garrus rosé)은 보이는 것과 실제 맛이 서로 상반되는 느낌이다. 소더비의 글로벌 와인 책임자 '바네사 콘린(Vanessa Conlin)'은 “가루스 로제 와인은 섬세한 분홍색을 띄고 있지만 농축된 복숭아, 말린 살구, 귤, 마지팬이 들어간 깊고 진중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극도의 미식가에게 걸맞는 이 와인은 여름 채소, 구운 해산물 또는 캐비어 등과 어우러지면 좋다”고 설명하였다.
분홍색은 저속하고 교양없는 색일 때도, 품격있고 교양있는 색일 때도, 있으며 프릴 장식에 어울리기도 하고, 불량한 펑크 장식에 어울리기도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분홍색은 문화와 역사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며 이미지를 갱신해나가고 있다.
출처: sothebys 참조
[헬리오아트 Report no.192] August Week 3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
유명 NFT 개발사와 함께
과대 광고 혐의로 집단소송 당하다
Bored Ape #8585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NFT 컬렉션을 꼽자면 적어도 세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는 컬렉션이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The Bored Ape Yacht Club)"이다. 약자인 "BAYC"로 잘 알려진 이 컬렉션은 2021년 NFT 개발사 '유가 랩스(Yuga Labs)'가 내놓은 프로젝트로 총 10,000점의 다양한 원숭이 캐릭터로 구성된다. 컬렉션의 캐릭터들은 암호화폐 가치의 급상승으로 부자가 된 원숭이들이 속세에 지루함을 느끼고 숲 속에 들어가 비밀 사교 클럽을 만들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개발사 유가 랩스의 가치는 BAYC NFT출시 11개월 만에 기업가치 약 5조원에 가까운 대형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2021년 9월 소더비는 추정가 약 161억원(1천2백만불)에서 약 241억원(1천8백만불)에 달했던 BAYC NFT 101점을 온라인 경매에서 약 322억원(2천4백만불)에 낙찰시켰다.
주류 NFT 상품들의 가격 변동 그래프 (출처: 더블록)
하지만 호황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2년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이 도래했고 BAYC NFT의 가격 또한 급락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올해 7월 BAYC NFT의 가치가 2년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다. 구매자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유명 가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또한 약 16억원(120만불) 이상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부풀어올랐던 거품이 빠지면서 손실을 입은 NFT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미국의 투자자 단체는 BAYC NFT 개발사 유가 랩스에 사기 혐의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유가 랩스뿐만 아니라 해당 소송에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패리스 힐튼(Paris Hilton), 지미 팰런(Jimmy Fallon), 마돈나(Madonna)와 같은 유명인들도 피고로 지명되었다. 이들은 모두 NFT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시장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유명인들이다. 투자자 단체는 유가 랩스가 이 유명인들의 보증을 받아 NFT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이 피고 목록에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소송은 소더비가 이 NFT 컬렉션의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가치를 '기만적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제기되었다.
2021년 BAYC 낙찰 직후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 책임자인 막스 무어(Max Moore)는 오래된 컬렉터들이 NFT를 구매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원고 측은 소더비의 진술이 오도된 것이며 NFT 추가 구매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 측의 주장에 따르면, 소더비 측의 과대 광고는 NFT 시장이 오래된 주류 미술 컬렉터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세계 미술품 경매 회사 중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곳인 만큼 소더비의 광고와 보도가 미술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다.
원고 측은 이들이 NFT 시장이 잠재적으로 품고 있던 거품 문제를 경시하고 시장에 막 진입한 젊은 컬렉터들을 끌여들였으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피고 측인 소더비는 아트넷 뉴스와의 성명을 통해 "이 소송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강력하게 변호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한때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꼽히던 NFT가 현재는 구매자가 없고 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처량한 신세다. 향후 NFT는 소장 가치 있는 투자 상품으로써 시장을 형성하기보다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의 일환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NFT는 투자, 투기 관점이 아닌 실생활이 결합하는 측면으로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theartnewspaper.com, artnet.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