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조금 커지다보면 회사는 초기와 다른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중간관리자 수요가 생깁니다. 한때 저는 대기업 부장을 임원으로 채용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인사실패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유해드리고 싶은 정보가 하나있는데, 이것은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진급하지 못한 부장출신의 인력이 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신하는 중관관리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들 부장 출신들은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만 스타트업 창업자가 원하는, 자신을 대신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의 탈랜트는 크게 부족할 거라는 겁니다. CEO는 착각하는 것이 많습니다. 대기업부장을 데리고 오려면 생각을 많이 해보셔야 합니다. 민망한 이런 이야기를 공유해야 후배 스타트업들이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 손해도 줄이고, 회사에서 키워 온 다른 인재도 잃지 마십시오.
「StartupBusinessWeek」에서 이 지면를 할애하는 이유는 많은 CEO들이 책에서배울 수 없는 경험들을 공유하자는 차원입니다. 선배들의 기업경험지식을 공유하자는 의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보통 논리적 사고나 상식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유사한 경험을 해보았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미리 들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자주 있습니다. ‘그걸 몰랐네..,’, ‘들을 기회가 없었네..’,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등등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저도 그랬고, 선배들도 그랬고 후배들도 당연히 그럴겁니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든 공유해야 합니다. 글로 전달이 되기 어렵고, 술자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스타트업경제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경험을 나름, 이것저것 올려 볼 생각입니다. 아마 투자를 잘 받는 기업이 VC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특허를 출원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젊은 민지(MZ세대)들과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사람들의 말만 듣고 쉽게 판단하면 안되고 관계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판단해야 한다던지 등등에 대한 소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모아보겠습니다.
인문적으로 표현하면 플라톤의 이야기처럼, 동굴 속에서 그림자만 보지 말고 밖에 나와서 실제 상황을 파악하라는 내용을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장자의 윤편의 일화에 나오듯이 수레바퀴 깍는 노인이 제나라 환공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이 지면 「착각하는 CEO, 공부하는 CEO」 는 이런 인문적 사고의 바탕에서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관련된 이야기를 제게 전해주시면 글로 정리하겠습니다. 모이면 큰 사회적 자산으로 쌓일 것을 기대합니다.
2023년8월21일
오래된 이야기인데, 20대 때 한창 경영학공부를 할 때입니다. 회사이름을 이야기 하면 많이들 기억할실 만한데, 그 회사를 운영하면서 벤처기업협회를 이끌었던 친구와 일화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전자공학을 공부하였고, 저는 경영학을 공부했었는데, 그 친구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저보고 같이 하자고 했었습니다. 창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생각을 하고 제가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야, 내가 경영학은 좀 아는데, 경영은 모른다” 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명언(?)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타트업CEO를 준비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경영학공부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만 경영학 공부는 나중이고 우선 경영을 연습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가들이, 초기 창업가들이 착각하는 내용입니다.
경영학은 이미 결과로 나온 과거의 기업내용을 사례로 분석하기도 하고, 학자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가설형태로 만들어서 유사한 사례를 데이터로 모은 뒤, 통계분석하는 방법론을 사용합니다. 이 가설은 우리 경영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안되기도 합니다. 도움이 되는 경우는 우리 경영자들이 BASIC으로 지켜야 할 내용을 강조해 줄 때이고, 도움이 안되는 경우는 이미 아는 것을 체계화시킨 내용입니다. 이런 경영학공부는 스타트업초기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들이 공부해야 할 내용은 우선 기업운영의 기본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디어와 돈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경영내용을 학습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기업은 사람이기에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내용은 스타트업내부와 외부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갖게 됩니다. 이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될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은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문학작품도 읽어 보고, 철학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역사가 반복되는 과정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인간을 알아야 미생을 완생으로 만듭니다.
회사의 대표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 여러 가지이지만 아마도 제일 중요한 능력은 사람볼 줄 아는 ‘눈’일 겁니다. 그런데 이 ‘눈’이 쉽지 않습니다. 채용기준 관련, 연구한 결과는 아니지만 채용기준으로 제일 많이 등장하는 것이 ‘공부를 잘 했던 사람’, ‘인성 좋은 사람’, ‘업무 경험있는 사람’ 등을 꼽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만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자주 직면하기 때문에 이에 대처하려면 지금 조직내부에 있는 말 잘듣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 점점 필요합니다. 특별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이들을 뽑아야 합니다. 이들을 고를 수 있는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아마 앞으로는 우리 대표들이 갖추어야 할 첫번째 능력일겁니다.
회사가 여러 상황에 놓이게 될 테니까 다른 탈렌트를 가진 사람을 보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는 이런 사람, 저럴 때는 저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어느 정도 다른 인력을 보유해야 합니다. 약간의 슬랙(slack) 개념으로 이런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표들은 편하다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이들하고만 일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하지만 이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문제를 만듭니다.
대표들에게 ‘신사업개발을 2년동안 5명에게 맡겨놓았는데 아직도 돈만쓰고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말 잘 듣는 이들에게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을 맡겼을 때,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듣었습니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방법으로 풀립니다. 지금까지의 루틴한 방법으로 접근해서 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기존과는 다르게 주어진 환경에 대처하는 창의적인 방법론을 구사하는 사람이 조직내에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들과 대표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해서, 회사대표의 사람보는 ‘눈’은 여러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채용기준이 하나이면 안됩니다. 앞으로 전개될 환경적 변화는 많아질 것이고 그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 조직의 상황도 다양할테니까 대표들은 소위 ‘겹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립니다만, 주변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읽고 공부해야 그 ‘눈’을 가질 수 있습니다.